아서 플렉의 비극적인 일 주일. 단체 조커 관람기


포스터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신다면 당신 착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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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일인 10/2 수요일 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싸롱 멤버 3인과 게스트 1인(반가워요 Dave!)이 서현 메가박스 앞에 집결했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뭐 이 정도 기대작이면 개봉 당일날 봐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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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만족스럽고, 즐기기 어렵지 않은 영화였습니다(바로 이전에 관람한 영화가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였습니다. 상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눈에 핏발 세웠던 거에 비하면야…). 다만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한 마디 남기려면 상당히 심란할 거에요. 유튜브에 올라온 리뷰어 분들의 영상을 몇 편 찾아보실 것을 추천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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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 달 전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금연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관람 직후 금연에 실패했습니다.

이 아래부터는 애매하게 영화 내용을 좀 언급할 예정입니다. 아직 영화 안 보신 분들은 여기서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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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막장드라마에서 밥먹고 똥 싸듯이 빈번하게 언급되는 주요 장치가 이 영화에서도 등장합니다. 다만 막장드라마 버전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반전에 반전을 가하면서 이 장치의 사실관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모호하게 열린 해석을 관객에게 제공하지요(마침 이에 대한 영상이 유튜브에 넘쳐나고 있더군요). 그리고 영화 후반에서 결국 이 장치의 진위여부는 뭐 어찌 되든 상관없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딱히 막장드라마를 까려는 것도 아니고 저도 막장드라마 참 좋아합니다만, 같은 장치를 이렇게 세련되게 사용한다면 좀 더 몰입해서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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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과 연관된 내용입니다.
필적 감정 가능하신 분들이 주변에 계시다면 꼭 같이 영화를 관람하세요.
만약 없다면, 캘리그라피 배운 분들이라도 좀 모셔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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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플렉의 고난은 개인적으로 경험했거나, 또는 관찰자로 바라봤던 비참했던 사건이나 상황 몇 가지를 떠올리게 해서 마음이 조금 괴로웠습니다. 몇몇 장면에서는 주인공을 아예 응원하고 싶더군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서 자신을 둘러싼 문제의 원인들을 해결(…)해 가는 모습과, 억눌린 분노를 폭발시키고 새로운 상징으로 완성되는 장면에서는 죄의식으로 충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겁니다.

물론 주인공이 잘 했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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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플렉을 제외하고) 극중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약간의 조롱, 약간의 경멸, 약간의 책임 전가, 약간의 쌀쌀맞음, 약간의 방관을 저질렀을 뿐이죠. 그리고 아주 다 같이 절단이 났죠. 모두 사이좋게 비극적인 사건의 책임에 대한 지분을 나눠 갖게 되었습니다.

어설픈 코미디를 보고 조롱거리로 삼는 대신 약간의 응원 한 마디라도 해 줬다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울먹거리며 찾아온 사내를 한번 안아주기라도 했다면,
뭐 누구든 어찌 됐든 손 한번 잡아주고 응원 한 마디라도 건네 줬다면
이 정도 파국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약간의 호의조차 인색한 세상이지만,
내일부터는 조금이나마 착하게 살아봐야겠다 다짐해 봅니다.

진짜 초등학교 독후감같은 결론을 써놓고 보니 조금 낮뜨겁네요…

뒷풀이는 역시 술 + 오늘만 담배.

국밥 한 그릇을 먹어도 왕처럼 먹어야겠다. 이남장 정자점 설렁탕

식사를 밖에서 혼자 해야 할 때면, 카드 한도가 허용해 주는 한에서 돈 아끼지 말고 최대한 기분 좋게 먹자는 게 제 철칙입니다. 저녁 한 끼 왕처럼 먹고 싶은데 마침 국밥이 끌려 간만에 방문한 이남장입니다. 마침 싸롱이 같은 골목으로 이사오기도 했으니 앞으로 더 자주 찾게 되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사연이 참 많은 가게입니다. 여자친구와도 자주 방문했구요. 서울에서 퇴근 후 분당까지 찾아와 준 고등학교 친구, 호주에서 한국까지 출장 중 굳이 분당을 들러 준 친구에게 니들 인생 최고의 설렁탕을 기억에 남겨주겠다며 대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 하나 더 있네요. 설렁탕이 막 나왔는데 회사에서 장애가 터져서 뚝배기를 눈앞에 두고 한 시간동안 장애 대응했던 일이 있습니다. 다 식으니 맛이 묘하더군요. 허허허허

만약 이남장에서 설렁탕 한 끼를 드시고 싶다면, (성인 남성 기준으로) 반드시 ‘설렁탕 (특)’을 주문하실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주방에서 조리가 완료되어 나오면 거대한 고깃덩어리 하나가 설렁탕 뚝배기에 한참 반신욕 중일텐데요. 이모님들께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잘라서 서빙해 주십니다. 함께 나오는 소스에 고기 한점한점 절여 드시고, 적정 시점에 밥을 말아서 마무리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요번에 처음으로 면 사리를 추가해 봤는데 진작 할 걸 그랬네요.

고기가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이 있음.
사진이 모두 옆으로 뒤집어졌는데 수정하기 귀찮습니다.
고개를 왼쪽으로 꺾으시면 더욱 선명히 보입니다.

주변의 다른 가게들보다 조금 일찍 닫는 편이니, 퇴근 후 방문하시려면 서두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약 9시 전후로 마감하는 것 같더군요. 일요일도 휴무일이니 참고하시구요. 가게 앞 주차공간이 넉넉히 있으니 차로 방문하시기도 좋겠습니다. 다만 주차장이 만석인 경우는 답이 없으니 주의하세요. 이 동네는 주차 지옥이니까 각오하셔야 합니다.

이 포스트는 제 월급통장과 체크카드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연휴를 되돌아보며

추석 당일 새벽 용인에서 제사를 지내고 바로 정자동으로 향했습니다. 모처럼 날도 좋은 관계로 마냥 늘어져서 못 잔 잠이나 마저 낮잠으로 메꿀 생각이었는데, 막상 싸롱에 도착해보니 저 혼자만 게으르고 나머지는 다 부지런한 사람들인 모양입니다. 몇 시간만에 뚝딱뚝딱 천장 레일 조명과, TV 뒷쪽 간접 조명, 마지막으로 Fire TV까지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고생 많았던 추석 당일날 작업 현장 사진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넷플릭스 타임…이제 주구장창 눈과 귀를 혹사호강시킬 일만 남았습니다.

차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나이 먹고 다시 보는 사이버 포뮬러

1996년에서 바라본 2019년의 헤어스타일.

며칠 사이, 언더싸롱에 틀어박혀서 한 고전 애니메이션을 주구장창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저와 동년배인 분들은 꽤나 익숙한 이름일텐데요. KBS 2TV에서 ‘영광의 레이서’,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SBS에서 ‘사이버 포뮬러’라는 이름으로 후속편이 방영되었던 작품입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최첨단 기술을 쏟아부은 자동차를 모는 레이서들의 경쟁과 우정, 좌절과 암투가 주된 내용인데요.

주인공 카자미 하야토는 어린 나이에 데뷔한 천재 레이서이며, 역시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아버지가 직접 설계한 포뮬러 머신 ‘아스라다’의 드라이버입니다. 전형적인 금수저에 고인물이죠. 이 아스라다라는 자동차에 대한 설정이 상당히 참신합니다. 엄밀히 말해 ‘아스라다’는 자동차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고, 이 자동차에 탑재된 AI를 지칭하는데요. 레이스를 진행하는 와중에 드라이버인 하야토와 AI인 아스라다는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류하면서 전술적으로 행동하고, 경주 중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이슈를 풀어나가기 위해 서로 대립하고 부딪혀 가면서 최적의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스라다도 기술적인 도약을 이루지만, 주인공 하야토도 실력 상승과 더불어 인격적인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솔직히 중반부 주인공 인성이 그닥 좋은 편은 아니에요. 머신러닝도 하면서 인성도 오져지는데 이거야말로 창조경제 아니겠습니까.

모터스포츠를 테마로 하지만 소년만화 내지는 능력자 배틀물(?) 성향이 뒤섞인 만큼, 다양한 악역들이 등장하는데요. 가장 인상적인 악역 중 하나는 ‘필 프리츠’ 입니다. 프리츠 역시 동일하게 인공지능이 탑재된 ‘알자드’라는 머신의 드라이버인데요. 이 알자드의 컨셉은 아스라다보다 더욱 극단으로 치닫습니다. 알자드는 기본 성능 자체가 아스라다보다는 몇 수 위에 위치하는데요. 어마어마한 성능을 바탕으로 모든 상황을 자기가 판단하고 통제합니다. 드라이버의 의견은 아예 묻지도 않아요. 그럼 뭐 이 차는 요즘 나오는 자율주행 차량 쯤 되는건가 싶으실 텐데, 그렇게 보기도 애매합니다.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되죠.

알자드는 주행 중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드라이버인 프리츠에게 무려 ‘명령’을 내립니다. 문제는 프리츠에게 거부권이나 자유의지 같은 건 없어요. 운전석에 앉아 양 팔 다리에 기계 팔이나 광케이블 같은 걸 잔뜩 장착하고 알자드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알자드가 ‘왼쪽으로 핸들 반 바퀴 꺾어라’ 하고 명령을 내리면, 프리츠의 팔에 전기적인 자극 같은 걸 보내서 핸들을 꺾게 만듭니다. 알자드의 명령에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프리츠는 정기적으로 신경계통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을 투약합니다. 빠른 속도에 무감각해지게 만드는 패시브 효과도 있죠. 익히 예상하시다시피 사이드이펙트는 상상을 초월하며, 시즌이 계속될수록 프리츠의 육체와 정신은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갑니다.

꿈도 희망도 없는 악역의 마음을 표현할 적절한 이미지가 없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당신이 썸녀랑 카톡으로 분위기 잘 타고 있는데, 중요한 순간마다 시리나 클로바 따위가 제멋대로 여러분의 손가락을 조종해 카톡을 보내서 킬링 멘트를 날렸다고 생각해 보세요. 관계가 잘 풀리든 아니든 결과와 상관 없이 기분은 좀 많이 더럽지 않을까요…

이 애니메이션은 1996년에 제작되었고,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근 미래는 재밌게도 2015년~2019년에 해당됩니다. 과연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동반 성장을 이루게 될까요, 아님 기술로부터 도태될까요. 어릴 적에는 아무 생각 없이 즐겼던 애니메이션인데 대가리 크고 보니 시사하는 바가 참 많은 작품, 사이버 포뮬러였습니다.